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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버터가 그냥 '조금 나쁜 지방'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빵에 발라 먹거나 요리에 쓰는 양쯤은 괜찮겠지 싶었거든요. 그런데 관련 논문들을 하나씩 뜯어보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버터는 단순히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 아니라, 다른 어떤 지방과 비교해도 심혈관 사망률을 가장 크게 높이는 것으로 일관되게 나온 식품이었습니다. 그 결과가 너무 일관돼서 오히려 처음엔 반신반의했을 정도입니다.

포화지방과 심혈관질환, 버터는 몇 등인가

버터가 건강에 나쁘다는 이야기는 귀가 닳도록 들었지만, 정확히 어느 정도로 나쁜지를 따져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논문들을 추적해 봤는데,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명확했습니다.

2021년 미국 국립보건연구원과 미국 은퇴자 협회 코호트 연구에서 50~71세 참가자 52만 명을 16년간 추적한 결과가 있습니다. 버터, 마가린, 옥수수유, 카놀라유, 올리브유 다섯 가지를 비교했을 때, 버터는 총 사망률을 7%, 심혈관 사망률을 8% 높여 다섯 가지 중 가장 해로운 지방으로 나타났습니다. 올리브유가 가장 안전했고, 마가린은 버터보다 오히려 낮았습니다.

여기서 마가린이 버터보다 낮다는 결과가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마가린은 최악"이라는 인식이 워낙 강하게 박혀 있거든요. 그런데 이 연구가 진행된 1995~2011년 사이에 마가린은 이미 트랜스지방 규제로 상당 부분 개선된 상태였습니다. 실제로 미국 FDA는 2006년부터 트랜스지방 의무 표기를 시행했고, 2018년에는 식품 원료로서의 사용을 사실상 금지했습니다(출처: 미국 FDA). 즉, 현대의 마가린과 1960년대 마가린은 전혀 다른 식품이라고 보셔야 합니다.

2025년 하버드 의대가 JAMA에 발표한 연구는 더 규모가 큽니다. 22만 명을 최대 33년간 추적한 결과, 버터를 많이 먹을수록 총 사망이 15% 증가했고 암 사망은 12% 증가했습니다. 반면 식물성 기름을 많이 먹을수록 총 사망이 16% 감소했습니다. 버터 10g을 식물성 기름으로 대체하면 총 사망률과 암 사망률이 각각 17% 낮아진다는 수치도 나왔습니다.

또 하나 제가 놀랐던 건 유제품 안에서의 비교입니다. 버터, 치즈, 요거트, 우유 모두 같은 유제품인데 심혈관 위험도가 전혀 다릅니다. 2023년 베르겐 대학에서 안정형 협심증 환자 1,900명을 5~14년 추적한 결과, 치즈는 하루 20g 섭취 시 심근경색이 8% 감소한 반면 버터는 하루 10g 섭취 시 심근경색과 총 사망이 각각 10%씩 증가했습니다. 같은 유지방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요?

이유는 치즈의 지방 구조에 있습니다. 치즈 속 포화지방은 지방구(fat globule)라는 특수한 구조에 싸여 있고, 칼슘과 결합해 흡수 자체가 일부 차단됩니다. 여기서 지방구란 지방 분자를 감싸는 막 형태의 구조물로, 일종의 캡슐 역할을 합니다. 버터는 이 구조가 파괴된 상태라 포화지방이 그대로 혈관에 노출됩니다. 맥마스터 대학이 란셋에 발표한 21개국 13만 6,000명 대상 연구에서도 요거트는 사망률을 14% 유의미하게 낮춘 반면, 버터는 사망률을 9% 높이는 경향을 보였습니다(출처: The Lancet).

13종 기름 비교 — 버터의 실제 위치

독일 인간영양연구소가 2018년 54개 임상 대조 연구를 네트워크 메타분석한 결과, LDL 콜레스테롤을 가장 많이 올리는 지방이 버터였습니다. 여기서 LDL 콜레스테롤이란 혈관 벽에 쌓여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이른바 '나쁜 콜레스테롤'을 말합니다. 코코넛 오일은 포화지방 비율이 더 높지만 대부분이 MCT(중쇄지방산)로 이루어져 있어 LDL을 크게 올리지 않습니다. 팜스테린과 비교한 연구에서는 저탄고지 식단에서 버터가 팜스테린보다 LDL을 15.6mg/dL 더 높였습니다. 팜스테린은 팜유의 고체 성분으로 쇼트닝이나 가공식품에 쓰이는 대표적인 나쁜 지방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보다도 버터가 LDL을 더 많이 올린 겁니다.

다음은 13종 기름을 LDL 기준으로 정리한 순위입니다.

  • LDL 가장 적게 올림: 홍화유, 카놀라유, 해바라기유 계열
  • 중간 수준: 올리브유, 코코넛 오일(MCT 비율 높음)
  • LDL 높게 올림: 라드(돼지기름), 우지(소기름)
  • LDL 가장 많이 올림: 버터 (13종 중 1위)
요약: 버터는 13종 기름 비교에서 LDL 콜레스테롤을 가장 많이 올리고, 심혈관 사망률도 다른 지방 중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대체지방과 당뇨, 버터를 어떻게 볼 것인가

제가 다이어트를 하면서 가장 크게 오해했던 부분이 바로 지방을 끊으면 살이 빠진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아침은 블랙커피 한 잔으로 버티고, 저녁은 아예 굶으면서 체중계 숫자만 봤던 때가 있습니다. 체성분 검사를 해보니 지방보다 근육이 먼저 빠져 있었고, 기초대사량이 떨어진 상태라 조금만 먹어도 금방 다시 쪘습니다. 그때 깨달은 건 어떤 지방을 먹느냐가 굶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버터가 당뇨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놀랍게도 비당뇨인이 버터를 하루 14g씩 더 먹을 때마다 2형 당뇨 발생 위험이 4% 감소한다는 코호트 메타분석 결과가 있습니다. 총 20만 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이라 수치 자체는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수치가 나오면 "버터가 오히려 좋은 거 아니냐"는 결론으로 바로 달려가는 분들이 꽤 많은데, 그게 함정입니다.

이미 당뇨가 있는 분들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대사증후군 환자 42명을 대상으로 기버터를 하루 3~8회 섭취하다가 카놀라유로 교체했더니 공복혈당이 103.5에서 97.9로 떨어졌습니다. 여기서 기버터(Ghee)란 버터에서 유당과 유단백을 제거해 더 정제한 형태로, 포화지방 비율이 일반 버터보다 높습니다. 유당 불내증이 있는 분들에게 소화가 쉽다고 알려져 유행하고 있지만, 심혈관 부담은 더 크다고 보면 됩니다.

1형 당뇨 환자에서 버터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비교한 연구도 있습니다. 고당분 음식과 함께 먹었을 때 버터군에서 식후 혈당이 더 높게 치솟았고, 올리브유로 바꿨을 때 GLP-1 분비가 증가했습니다. GLP-1이란 식사 후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호르몬으로, 요즘 유행하는 위고비 같은 비만 치료제의 작용 기전과 같습니다. 올리브유가 이 호르몬을 자연적으로 더 많이 자극한다는 점은 제가 직접 확인하고도 한동안 믿기 어려웠습니다.

지방간과의 관계도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버터의 포화지방은 장내 세균이 만들어내는 독소인 LPS(지방다당류)를 혈관을 통해 간으로 끌고 들어갑니다. 여기서 LPS란 장 속 세균이 분비하는 내독소로, 간에 축적되면 염증을 일으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올리브유는 이 경로를 활성화하지 않고, 오히려 NF-κB라는 염증 스위치를 버터보다 훨씬 덜 켭니다. 저탄고지 식단으로 지방간을 치료하려는 분이라면 버터보다 올리브유가 훨씬 나은 선택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렇다면 버터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저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정제 탄수화물(흰 빵, 콜라, 잼)과 비교했을 때 버터의 해로움이 비슷한 수준으로 나온 논문이 있었습니다. 정제 탄수화물이 나쁘다는 건 누구나 아는데, 그 정도로 줄여야 할 음식이 버터라는 겁니다. 퇴출해야 할 음식은 아니지만, 기호식품으로 가끔 즐기는 수준이 적절합니다. 가능하면 올리브유, 아보카도유, 들기름으로 대체하는 것이 현재까지의 연구가 일관되게 가리키는 방향입니다.

요약: 버터는 비당뇨인의 당뇨 예방에는 약간 유리하지만, 당뇨 환자와 지방간 위험군에서는 올리브유 등 식물성 기름으로 대체할수록 사망률과 혈당이 개선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버터가 몸에 나쁘면 치즈도 나쁜 거 아닌가요?

A. 같은 유지방이라도 치즈는 다릅니다. 치즈 속 지방은 지방구라는 막 구조에 싸여 있어 흡수가 일부 차단되고, 칼슘과 결합해 변으로 배출되는 비율이 높습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치즈는 심근경색 위험을 낮추거나 중립 수준으로 나타난 반면, 버터는 일관되게 위험을 높였습니다. 같은 유제품으로 묶어서 보면 안 됩니다.

 

Q. 기버터(Ghee)는 일반 버터보다 건강하지 않나요?

A. 오히려 반대입니다. 기버터는 버터에서 유당과 유단백을 제거해 더 정제한 형태로, 포화지방 비율이 일반 버터보다 높습니다. 소화는 더 잘될 수 있지만, LDL 콜레스테롤을 올리는 정도는 더 크고 심혈관 부담도 증가합니다. 유당 불내증이 있어 소화 편의를 위해 먹는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건강을 위해 선택하는 기름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Q. 버터 대신 어떤 기름을 쓰는 게 좋나요?

A. 현재까지의 연구가 일관되게 가리키는 세 가지는 올리브유, 아보카도유, 들기름입니다. 특히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는 LDL을 올리지 않으면서 혈압을 낮추고 GLP-1 분비를 자극하는 효과가 임상 대조 연구로 확인됐습니다. 요리 용도에 따라 발연점이 다르므로, 생으로 먹을 때는 올리브유나 들기름, 고온 조리에는 아보카도유를 쓰는 방식으로 나눠 활용하면 좋습니다.

 

Q. 저탄고지 식단을 하면서 버터를 먹어도 괜찮지 않나요?

A. 저탄고지 식단 자체의 장기 사망률 데이터가 먼저 문제입니다. 2023년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연구에서 저탄고지 식사군은 일반식 대비 심혈관 질환 발생이 2.18배 높았습니다. 그 안에서 버터를 선택한다면 팜스테린보다도 LDL을 더 높이는 지방을 더하는 셈입니다. 저탄고지를 유지하더라도 지방 선택지를 올리브유나 아보카도유로 바꾸는 것이 연구 결과상 더 안전합니다.

 

Q. 버터의 부티르산이 장 건강에 좋다는 말은 사실인가요?

A. 부티르산(Butyric acid) 자체가 장 건강에 좋은 건 사실입니다. 부티르산이란 대장 세포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장 점막을 보호하고 염증을 억제하는 단쇄지방산입니다. 문제는 버터의 부티르산이 소장에서 대부분 흡수돼 대장까지 내려가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대장에서 부티르산을 실제로 만들려면 식이섬유 섭취가 필요하고, 버터를 먹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로입니다.

 

결론

수백 편의 논문을 추적한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일관됐습니다. 버터는 비교 대상 지방 중 LDL 콜레스테롤을 가장 많이 올리고, 심혈관 사망률도 가장 높이는 지방으로 반복해서 지목됐습니다. 올리브유, 카놀라유, 심지어 현대의 마가린보다도 해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저 역시 이 결과를 처음 봤을 때는 믿기 어려웠지만, 다른 결론이 나온 논문을 끝내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버터를 아예 끊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정제 탄수화물처럼 줄여야 할 음식으로 인식하고, 요리에 쓰는 지방을 올리브유나 들기름으로 서서히 바꿔 나가는 것이 현실적인 방향입니다. 제가 직접 집에 있던 버터 대신 올리브유를 두기 시작한 뒤로, 음식 맛이 크게 달라지지 않으면서도 조금씩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작은 습관 변화가 장기적으로는 꽤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다이어트 실패 경험을 통해 이미 배운 터라 이번에는 조금 더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참고: https://youtu.be/7DfGKhAvJTA?si=Z6x5NeVMkTfofAP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