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마다 "이번엔 진짜다"라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항상 같은 자리였습니다. 저 역시 굶고, 고기만 먹고, 먹는 시간을 제한해 보는 등 유행하는 방법은 거의 다 따라 해봤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실패가 의지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됐습니다. 118kg에서 38kg을 감량한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의 경험담이 그 계기였는데, 듣고 나서 꽤 오래 생각하게 됐습니다.

체중 세트 포인트, 왜 살은 항상 제자리로 돌아오는가

덴마크 다이어트로 2주 만에 16kg을 뺐다가 인턴 생활이 시작되자마자 도로 107kg으로 돌아간 사람이 있습니다. 놀라운 건 그 사람이 의사라는 사실입니다. 지식이 부족해서 실패한 게 아니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래도 그렇지, 관리를 좀 하지"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제 경험과 너무 비슷해서 민망했습니다.

여기서 핵심 개념이 하나 등장합니다. 바로 체중 세트 포인트(Weight Set Point)입니다. 체중 세트 포인트란 우리 몸이 내분비·대사 시스템을 통해 일정한 체중을 유지하려고 하는 생리적 기준점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보일러 온도 조절기처럼, 몸이 "나는 이 체중이 정상이야"라고 설정해 놓은 수치가 있다는 겁니다. 억지로 눌러 내려도 스프링처럼 다시 튀어 오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고도비만 상태에서는 이 세트 포인트 자체가 높은 체중으로 고정됩니다. 식욕, 소화 방식, 영양소 흡수 방식, 심지어 지방 축적 패턴까지 모두 그 높은 기준점에 맞게 작동합니다. 그러니 살을 빼면 빼낼수록 몸은 더 강하게 저항합니다. 손이 떨리고 기운이 없어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이 저항의 일환입니다. 이걸 모르고 다이어트에 실패할 때마다 저는 '나는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고 자책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의 충격이었습니다. 생리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 싸우고 있었던 셈이니까요.

실제로 비만학(Bariatrics) 분야에서는 이 세트 포인트를 바꾸지 않고 단순히 식이 제한만으로 장기 감량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오래전부터 인정해 왔습니다. 출처: NIH 국립의학도서관 — 체중 재증가 메커니즘 연구에서도 열량 제한 식이 후 체중이 회복되는 생리적 경로가 상세하게 다뤄져 있습니다. 이 말이 "다이어트는 다 쓸모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방법론의 선택이 단순히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황제 다이어트가 "고기 마음껏 먹으면 된다"로 이해되고, 간헐적 단식이 "먹을 수 있는 12시간에 최대한 먹자"는 보상 심리로 이어진 사례도 이 맥락에서 이해가 됩니다. 방법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몸이 이미 높은 체중에 맞게 세팅되어 있으면 어떤 방법이든 그 저항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 역시 일정 기간 효과가 있었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체중이 더 이상 내려가지 않는 정체 구간이 반드시 나타났습니다.

  • 덴마크 다이어트: 2주 고강도, 단기 효과는 있지만 일상 복귀 후 요요가 매우 빠름
  • 황제 다이어트: 고기 위주 단백질 식단이지만 "무제한"으로 오해하면 효과 없음
  • 간헐적 단식: 허용 시간 내 과식으로 상쇄되는 경우가 많음
  • 저탄고지: 초기에는 효과적이나 장기 정체 구간 도달 시 추가 감량이 어려움
요약: 체중 세트 포인트는 몸이 일정 체중을 유지하려는 생리적 기준점으로, 이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떤 다이어트 방법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비만 치료제와 지속 가능한 습관, 약이 전부가 아닌 이유

비만 치료제에 대해서는 생각이 꽤 갈리는 것 같습니다. "그냥 약 먹으면 되는 거 아냐?"라고 보는 시각도 있고, 반대로 "부작용이 무섭다"며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도 많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다기보다는, 관련 정보를 접하면서 양쪽 입장을 나름대로 살펴봤는데, 어느 한쪽이 완전히 옳다고 단정하기 어려웠습니다.

현재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비만 치료제는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eceptor Agonist) 계열이 대표적입니다. GLP-1 수용체 작용제란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GLP-1의 작용을 모방하여 식욕을 억제하고 위 배출 속도를 늦추는 약물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밥을 먹어도 금방 배가 차는 느낌이 지속되도록 해주는 메커니즘입니다. 이 약물이 체중 세트 포인트 자체를 흔들어 놓는 역할을 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억지로 눌러 내리는 게 아니라, 몸이 더 낮은 체중을 '정상'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죠.

다만 부작용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오심(구역감), 구토, 설사, 변비 같은 소화 관련 증상이 가장 흔하게 보고됩니다. 이 때문에 반드시 단계적으로 용량을 올려야 하는데, 효과가 빨리 나타나기를 바라며 용량 증량 단계를 건너뛰다가 심한 탈수 증상으로 수액 치료까지 받게 되는 경우도 실제로 있다고 합니다. 또한 만성 췌장염 병력이 있는 분, 갑상선 수질암 병력이 있는 분, 임산부 또는 2~3개월 이내에 임신을 계획 중인 분은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되는 금기증(contraindication)에 해당합니다. 금기증이란 특정 약물이나 치료법을 적용해서는 안 되는 의학적 조건을 뜻합니다. 출처: 미국 FDA —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약물 안전 정보에서도 사용 전 반드시 의사와 상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비만 치료제를 체중이 줄어드는 최종 목적지로 보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운동과 생활습관을 바꿀 수 있는 '기회 창문'을 열어주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체중이 높은 상태에서는 관절에 부담이 커서 운동 자체가 위험하고 힘듭니다. 치료제의 도움으로 체중이 어느 정도 빠지고 나면, 그때부터 가벼운 걷기 운동을 시작하고 식사 속도를 천천히 줄이는 등 지속 가능한 습관을 쌓아 올리는 게 가능해집니다. 약을 끊으면 체중이 다시 돌아온다는 연구 결과가 이미 여럿 나와 있기 때문에, 이 약은 출발점이지 종착점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시작해야 합니다.

저도 이걸 이해하고 나서부터는 단기간에 많이 빼겠다는 욕심을 내려놓았습니다. 식사 속도를 의식적으로 줄이고, 폭식 대신 적당한 양을 꾸준히 먹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예전처럼 3일 만에 2kg 빠지길 기대하지 않으니, 오히려 스트레스가 줄면서 운동을 이어가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요약: 비만 치료제는 체중 세트 포인트를 흔들어 주는 도구일 뿐이며, 진짜 효과는 그 기회를 활용해 지속 가능한 생활습관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간헐적 단식이나 저탄고지 다이어트는 정말 효과가 없나요?

A. 효과가 아예 없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허용 시간 내 과식이나 지방 위주 식단의 과잉 섭취로 상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법 자체보다 실제로 유지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는 의견도 있고, 저 역시 그 점에서 공감하는 편입니다. 장기적으로 유지 가능한 방식인지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 순서일 수 있습니다.

 

Q. 체중 세트 포인트는 바꿀 수 있는 건가요?

A. 완전히 바꾸기는 어렵지만, 장기간의 생활습관 변화나 비만 치료제·수술을 통해 조정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단번에 바꾸겠다는 접근보다 천천히 낮춰가는 방향이 현실적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몸이 새로운 기준점에 적응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Q. 비만 치료제 끊으면 살이 다 돌아오나요?

A. 약을 중단하면 체중이 상당 부분 회복된다는 연구 결과가 이미 다수 발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약을 복용하는 기간 동안 운동 습관과 식사 패턴을 함께 정착시켜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이 만들어 준 유리한 환경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장기 결과를 좌우한다고 보는 시각이 설득력 있습니다.

 

Q. 비만 치료제, 누구나 맞아도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만성 췌장염 병력자, 갑상선 수질암 병력자, 임산부 또는 임신 계획 중인 분은 금기증에 해당합니다. 용량도 반드시 단계적으로 올려야 하며, 전문의와 상담 없이 임의로 사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결론

다이어트에 계속 실패했던 이유를 의지 탓으로만 돌렸던 시간이 제게도 꽤 길었습니다. 그런데 체중 세트 포인트라는 개념을 알고 나서, 비로소 "이건 정신력 싸움이 아니라 생리적 메커니즘과의 싸움"이라는 관점이 생겼습니다. 물론 이것이 "어차피 안 되니 포기하자"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싸우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효과가 강한 방법은 오래 유지하기 어렵고,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처음엔 효과가 약해 보입니다. 결국 지속 가능한 습관이라는 지점으로 어떻게 수렴하느냐가 핵심입니다. 비만 치료제를 고려 중이라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고 금기증 여부를 먼저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약이든 식단이든, 그것이 만들어 준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결국 장기적인 체중 관리를 결정합니다.

참고: https://youtu.be/sWrHKIZnYYY?si=L7Ss3UP-5HWEU4C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