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복부 내장지방이 쌓이면 암, 고혈압, 당뇨병 위험이 눈에 띄게 높아집니다. 체중계 숫자만 붙잡고 몇 년을 허비했던 저도 이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단기간에 살을 빼겠다는 욕심보다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요요현상 없는 다이어트의 진짜 열쇠였습니다.

내장지방, 왜 허리둘레로 봐야 하는가
저는 한때 BMI(체질량지수)가 정상 범위에 들어오면 건강하다고 믿었습니다. BMI란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비만 여부를 간편하게 가늠하는 지표입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BMI가 정상이어도 뱃살만 볼록 나오는 이른바 '마른 비만' 상태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실제로 지방은 몸 어디에 쌓이느냐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전혀 다릅니다. 아랫배나 허벅지에 붙는 피하지방은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지만, 복강 안쪽에 자리 잡는 내장지방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지어 암까지 다양한 질환과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출처: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복부 비만은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독립적으로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꼽힙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재야 할까요. 기준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남성은 허리둘레 90cm(약 36인치), 여성은 85cm(약 34인치)를 넘으면 복부 비만으로 봅니다. 체중계에 오르기 전에 줄자를 먼저 꺼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체중이 줄었는데도 허리둘레가 그대로였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게 수분 손실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탈수 다이어트가 특히 위험한 이유도 이와 연결됩니다. 수분이 부족해지면 단백질이 근육으로 저장될 때 필요한 물이 없어지고, 결국 지방보다 근육이 먼저 빠집니다.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도 문제입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이 분비되기는 하지만 세포에서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복부 내장지방이 늘어날수록 이 저항성이 높아져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고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살이 빠질 때 얼굴이 먼저 홀쭉해진다면 안심하기 어렵습니다. 건강하게 빠질 때는 대개 뱃살부터 줄어드니까요.
- 허리둘레 기준: 남성 90cm, 여성 85cm 초과 시 복부 비만
- 내장지방은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암 위험을 높이는 핵심 지표
- 탈수 다이어트는 지방이 아닌 근육을 먼저 녹여 기초대사량을 떨어뜨림
- 인슐린 저항성은 복부 비만이 심해질수록 함께 악화됨
생활습관을 바꿔야 요요현상이 사라진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단식이나 원푸드 다이어트처럼 극단적인 방법은 처음 2주가 가장 잔인합니다. 숫자는 빠르게 떨어지고 성공한 것 같지만, 그 이후가 문제입니다. 몸이 굶주림 신호를 기억하고 있다가 조금이라도 더 먹으면 지방으로 쌓아버립니다.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억제하면 뇌와 심장이 필요로 하는 포도당을 만들기 위해 근육 단백질을 분해하기 시작하고, 기초대사량이 급격히 떨어져 나중에는 조금만 먹어도 살찌는 몸이 됩니다. 이것이 요요현상의 정체입니다.
탄수화물 섭취 비율에 관한 연구에서는 전체 에너지의 약 50%를 탄수화물로 섭취한 군에서 가장 오래 사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출처: The Lancet Public Health에 게재된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도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줄이거나 과하게 섭취하는 양 극단 모두 사망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탄수화물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혈당지수(GI)가 높은 정제 탄수화물, 즉 흰쌀밥·흰빵·흰설탕이 문제입니다. 혈당지수란 특정 음식을 먹었을 때 혈당이 얼마나 빠르게 오르는지를 수치로 나타낸 것인데, 잡곡이나 현미처럼 식이섬유가 풍부한 탄수화물은 이 수치가 낮아 혈당을 천천히 올립니다.
그때 느낀 건, 거창한 식단 관리보다 작은 습관 하나가 훨씬 오래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저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계단 오르기는 짧은 시간에 심박수를 올려주는 대표적인 일상 속 유산소 운동입니다. 살을 빼려면 그냥 걷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숨이 약간 가쁠 정도의 강도를 유지해야 지방 연소가 활성화된다는 점도 제 경험상 맞는 말이었습니다. 만보를 걷더라도 평지에서 느릿느릿 걷는다면 운동이 아니라 단순 이동에 가깝습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코르티솔이란 몸이 위협 상황에 처했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지방 분해를 억제하고 복부에 지방이 쌓이기 쉬운 환경을 만듭니다. 제가 스트레스를 받던 시절 다이어트가 번번이 실패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즐기면서 빼는 것이 가능한 이유, 건강을 회복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결과 차이가 생각보다 훨씬 크게 벌어집니다.
식습관의 기본 원칙도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재료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신선한 음식 위주로 먹고, 식판에 놓인 색깔이 다양할수록 골고루 영양을 섭취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리고 흰설탕·흰소금·흰쌀밥·흰 밀가루, 이른바 '흰색 세 가지(혹은 네 가지)'를 줄이는 것으로도 식단의 질이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완전히 끊으려 하면 오히려 과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조금씩 줄이는 것이 훨씬 오래 유지됐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공복 운동이 다이어트에 더 효과적인가요?
A. 공복 운동과 식후 운동의 지방 연소 효과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공복에 운동하면 오히려 식욕이 급격히 높아지는 분들도 있고, 반대로 운동이 식욕을 억제해 주는 분들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본인 몸의 반응을 먼저 살피고 맞는 시간대를 고르는 것이 정답에 가깝습니다. 강박적으로 끼니를 거르며 공복 운동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Q. 탄수화물을 완전히 끊으면 살이 더 빨리 빠지지 않나요?
A. 단기적으로는 체중계 숫자가 빠르게 떨어지지만, 그 상당 부분은 수분과 근육 손실입니다. 뇌와 심장은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쓸 수밖에 없어서,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근육 단백질을 분해해 포도당을 만들어냅니다. 근육이 빠지면 기초대사량이 낮아져 나중에 조금만 먹어도 살찌는 몸이 되고, 이것이 요요현상의 주된 원인입니다.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되, 잡곡·현미처럼 혈당지수가 낮은 탄수화물은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훨씬 현명합니다.
Q. 만 보 걷기만 해도 다이어트가 될까요?
A. 만 보를 걷는 것 자체는 좋은 습관이지만, 지방 연소를 위해서는 숨이 약간 가쁠 정도의 강도가 필요합니다. 평지를 느리게 걷는다면 이동에 가깝고 운동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계단 오르기나 경사로 걷기처럼 심박수를 높이는 동작을 중간중간 섞어주면 같은 시간으로 훨씬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 차이가 생각보다 상당했습니다.
Q.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말 살이 안 빠지나요?
A. 맞습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되는 코르티솔은 지방 분해를 억제하고 복부에 지방이 축적되기 쉬운 환경을 만듭니다. 또한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해소하려는 '쾌락적 식욕'이 활성화돼 과식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다이어트 중에 오히려 체중이 정체되거나 늘어난다면, 운동량이나 식사량보다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를 먼저 점검해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결론
몇 년을 체중계와 싸우다 깨달은 건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다이어트의 목표는 숫자가 아니라 건강이어야 하고, 그 건강은 허리둘레와 생활습관이라는 두 가지 렌즈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극단적인 식단과 탈수 다이어트가 왜 반복적으로 실패하는지, 이제는 몸의 구조로 설명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줄자로 허리둘레를 재고, 오늘 식사 색깔이 몇 가지인지 확인하고, 퇴근길 한 층만 계단으로 올라보는 것입니다. 거창한 계획보다 이 작은 실천이 쌓여야 요요현상 없는 변화가 만들어집니다. 저도 아직 진행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