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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찌개 끓이면서 햄 캔을 뜯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 불 위에 그냥 올려도 되나? 캔 안쪽이 어떻게 코팅돼 있는지, 거기서 뭔가 나오는 건 아닌지. 그냥 먹을 때는 몰랐는데, 한번 의심이 시작되니 참치캔이며 과일 통조림이며 싹 다 찜찜해졌습니다. 실제로 통조림이 몸에 얼마나 안전한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직접 찾아봤더니 예상보다 훨씬 복잡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에폭시 코팅, 통조림이 안 썩는 진짜 이유
통조림에 방부제가 잔뜩 들어 있을 거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도 한때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다릅니다. 통조림이 수십 년을 버티는 원리는 완전 멸균에 있습니다. 100도 이상의 고온으로 가열해서 세균을 완전히 없앤 뒤 밀봉하는 것이죠. 미생물이 없으면 썩을 수가 없습니다. 파스퇴르의 멸균 원리가 현대 통조림 제조의 바탕이 된 셈입니다.
그렇다면 캔 안쪽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철은 산화, 즉 녹이 슬 수 있기 때문에 식품이 직접 닿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캔 내벽에 에폭시 수지(Epoxy Resin)를 코팅합니다. 여기서 에폭시 수지란 열이나 화학 물질에 대한 내성이 있는 플라스틱 계열의 합성 수지로, 금속 부식을 막고 식품이 철과 직접 접촉하지 않도록 막아 주는 역할을 합니다.
과거에 캔맥주보다 병맥주가 낫다고 했던 것도 이 코팅 기술의 문제였습니다. 예전에는 캔 내벽이 완전히 코팅되지 않아 금속이 일부 노출됐고, 탄산과 당분이 산화 반응을 일으키면서 맛이 변했습니다. 지금은 코팅 기술이 발전해서 품질 면에서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요즘 캔맥주가 병맥주보다 유독 맛없다는 느낌은 솔직히 없었습니다.
BPA가 진짜 문제인 경우는 따로 있다
에폭시 코팅 자체보다 그 원료가 더 문제입니다. 에폭시 수지를 만들 때 BPA(비스페놀 A, Bisphenol A)가 사용됩니다. BPA란 내분비 교란 물질, 흔히 환경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화학 성분으로, 우리 몸의 호르몬 체계를 방해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입니다. 영수증 용지에 'BPA Free'라고 적힌 문구가 보이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BPA가 특히 문제가 되는 상황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캔을 그대로 가열하는 경우입니다. 에폭시 수지는 열에 약해서 고온으로 가열하면 BPA가 식품으로 녹아나올 수 있습니다. 캠핑에서 골뱅이 캔을 그대로 모닥불에 올려놓는 방식이 유행하는데, 제가 보기에 이건 정말 피해야 하는 조리법입니다. 두 번째는 산성 식품이 든 캔입니다. 에폭시 수지는 산성 물질에도 약해서, 토마토 퓨레처럼 산도가 높은 식품은 장기 보관할수록 코팅이 손상될 위험이 있습니다. 실제로 토마토 통조림의 유통기한이 짧게 설정되는 것도 이런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주의해야 하는 생애주기가 있습니다. 임산부와 사춘기 이전 어린이는 BPA 노출에 훨씬 더 취약합니다. 호르몬이 활발하게 작용하는 시기에 내분비 교란 물질이 영향을 미치면, 성장 장애나 조기 성징 발현 같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출처: WHO 내분비 교란 물질 팩트시트). 반면 건강한 성인이 통조림을 하루에 한두 개 정도 먹는 수준에서는 즉각적인 위험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건 생각하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저는 일상적인 섭취보다 조리 방식을 먼저 점검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 캔을 직접 가열하는 조리는 피한다
- 산성 식품(토마토 퓨레 등) 통조림은 개봉 후 유리 용기로 옮겨서 보관한다
- 개봉한 캔은 절대 그대로 냉장고에 넣지 않는다
- 임산부·어린이는 통조림 섭취 빈도를 의식적으로 줄인다
참치 통조림과 수은, 어떻게 먹어야 하나
참치 통조림에는 캔 코팅 문제와는 별개로 수은 축적 문제가 있습니다. 참치는 먹이사슬 최상위에 가까운 어류라서 생물 농축(Biomagnification) 현상이 나타납니다. 생물 농축이란 먹이사슬 상위로 올라갈수록 유해 물질이 더 높은 농도로 쌓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작은 물고기가 수은을 조금씩 흡수하고, 그걸 큰 물고기가 잡아먹고, 그 물고기를 사람이 먹으면 결국 몸속에 상당량이 축적되는 구조입니다.
참치 종류에 따라서도 수은 농도 차이가 있습니다. 참다랑어의 수은 농도가 가장 높고, 그다음이 황다랑어, 가다랑어 순입니다. 통조림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것은 황다랑어와 가다랑어인데, 어린이나 임산부에게는 가다랑어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미국 FDA도 임산부와 어린이에게 수은 함량이 낮은 어류를 선택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FDA 어류 수은 함량 데이터).
참치 캔 기름을 먹어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뉩니다. 수은은 지방보다 근육 조직에 더 많이 결합하기 때문에, 오히려 기름 자체의 수은 함량은 낮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다만 기름은 칼로리가 높다는 점에서 과하게 먹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해보니, 올리브유 참치처럼 좋은 기름을 사용하는 제품도 있어서 기름의 종류를 보고 선택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과일 통조림과 첨가물, 죄책감까지 먹을 필요는 없다
후르츠 칵테일 통조림 속 체리가 유독 그 빨간색을 유지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적색 식용 색소 중 일부는 잠재적 발암 가능성(2B군)으로 분류돼 미국에서도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성분입니다. 여기서 2B군이란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암 가능성 분류 중 하나로, "사람에 대한 발암 가능성이 있을 수 있으나 근거가 제한적"임을 의미합니다. 확정적인 위험이라기보다는 "가능성이 있으니 지켜보자"는 수준입니다. 그래도 체리를 유독 많이 먹지 않게 됐다는 건 제 경험상 이미 무의식에 영향을 미쳤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황도·백도·후르츠 칵테일에는 헤비 시럽(Heavy Syrup), 즉 고농도 당액이 들어갑니다. 영양학적으로는 물로 한번 헹궈서 먹는 게 권장되지만, 솔직히 그 단맛에 먹는 건데 헹궈서 먹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오히려 가공 과일 섭취가 필요하다면, 냉동 과일이 영양학적으로 생과일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통조림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합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도 홀 토마토는 통조림을 씁니다. 면역 저하자나 항암 치료 중인 분들은 오히려 신선 식품보다 멸균 처리된 통조림이 더 안전하다는 점도 있습니다. 매일 여러 캔을 먹는 게 아니라면 죄책감을 가지는 것 자체가 더 불필요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저도 부대찌개 끓이면서 통조림 걱정을 동시에 하는 건 이제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참치 통조림 뚜껑 따고 바로 먹으면 안 되나요?
A. 열처리 과정에서 퓨란(Furan)이라는 물질이 생성되는데, 이는 가열 시 휘발되지 못하고 캔 안에 갇혀 있습니다. 퓨란은 IARC 기준 2B군 발암 가능성 물질로 분류되어 있으나, 그 함량이 매우 미량이라 일상적인 섭취에서 큰 위험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그냥 덜어서 먹을 거라면 뚜껑을 딴 뒤 10분 정도 두면 퓨란이 자연 휘발되어 줄어들고, 김치찌개나 볶음에 넣어 조리하면 어차피 날아가므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Q. 개봉한 통조림을 캔째로 냉장 보관하면 안 되는 이유가 뭔가요?
A. 캔이 밀봉 상태일 때는 내벽 에폭시 코팅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지만, 개봉 후에는 공기와 식품이 직접 접촉하면서 코팅이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냉장 환경에서 습기가 더해지면 내벽 손상이 가속화될 수 있고, BPA가 식품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개봉 후에는 반드시 유리 용기나 밀폐 플라스틱 용기에 옮겨서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어린이에게 참치 통조림을 먹여도 되나요? 얼마나 먹여야 하나요?
A. 먹여도 되지만 양과 종류를 신경 써야 합니다. 수은 농도가 낮은 가다랑어 원료 제품을 선택하고, 체중 27kg 기준으로 황다랑어 참치는 한 캔(80g 내외)이 이미 주간 권장 수은 섭취량을 채운다는 추산도 있습니다. 주 1~2회, 소량으로 제한하고 가다랑어 제품 위주로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Q. 토마토 통조림이 다른 통조림보다 더 위험한가요?
A. 토마토 자체가 산성이 강한 식품이라 에폭시 코팅이 다른 통조림보다 더 빠르게 손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토마토 통조림의 유통기한이 상대적으로 짧게 설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개봉 후에는 특히 빨리 소비하거나 유리 용기로 옮겨 보관하는 것이 좋고, 장기간 보관할 용도라면 유리병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결론
통조림이 무조건 나쁘다거나 무조건 안전하다는 양극단의 시각 모두 정확하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내용을 살펴보면서 느낀 것은, 통조림 자체의 위험보다 어떻게 다루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캔을 직접 가열하지 않기, 개봉 후 유리 용기로 옮기기, 참치는 종류 확인하기,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일상적인 통조림 섭취에서 걱정해야 할 위험은 많이 줄어듭니다.
임산부와 어린이는 BPA와 수은 모두에서 더 취약한 시기이므로 섭취 빈도를 조금 낮추고 제품을 골라 먹는 게 맞습니다. 반면 건강한 성인이 가끔 통조림을 먹으면서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제 생각에 오히려 더 불필요한 스트레스입니다. 바쁜 일상에서 통조림에 의존해야 할 때가 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할 이유도 없고요. 어떤 음식이든 하나에만 편중되지 않고 골고루 먹는 것이 결국 가장 현실적인 답입니다.

